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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시 아가씨의 아주 우아한 시골 생활 - 레이철 커스크 본문
한 번 쯤은 복잡한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한적한 시골에 내려가서 집을 가꾸고 땅을 일구면서 사는 건 어떨까하고 생각해 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꼭 시골에 내려가서 사는 것 까지는 아니어도, 잠시나마 익숙했던 곳에서 벗어나 쉬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예전에 봤던 어떤 드라마에서는 '인생을 세탁기에 돌려서 깨끗이 리셋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대사가 나온 적도 있었다.
내가 이번에 읽은 책은 이런 맥락과 연결 되어 있다. 이 책을 고르게 된 이유는 순전히 제목 때문이었다. 제목이 너무 매력적인데, 실상 영어 제목은 'The country life'라는 심플한 제목이다 ㅎㅎ 우리 나라에서 번역하면서 좀 더 느낌을 살렸다.
주인공 스텔라는 오랫동안 만난 남자친구와 결혼하고 대도시인 런던에서 미래가 보장 된 직업도 있었다. 그렇지만 어느날 갑자기 과거를 청산하고 종이 쪽지 하나 남긴 후에 시골로 내려가 시골 지주?의 장애가 있는 막내아들의 가정교사로 취직하게 된다. 말 그대로 과거의 생활을 싹 청산하고 왔다.. 돈 한푼도 안들고.. 그리고 제목에서 느껴지는데, '어느 도시 아가씨의 아주 우아한 시골 생활'이라는 제목 자체가 굉장히 우아하지 못한 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는 암시를 하고 있다.
<사진 아래 부터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읽는 내내 왜 반드시 스텔라가 도시를 떠나야만 했는가,에 대한 내용이 명확히 나오지 않는다. 단지 결혼생활이 생각과 같지 않았고, 그 동안 가족과 보냈던 과거가 불행했고.. 이런 내용으로 얼버무려져있다. 과거를 청산하고자 하였지만 완전히 청산하지도 못해서 한끼 식사를 위한 음식을 살 돈 조차 없으면서 자존심 때문에 끝끝내 임금을 선불로 달라는 말도 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한다. 정적이고 평탄할 것만 같았던 시골생활은 첫 단추부터 잘 못 되기 시작하면서 생각보다 스펙타클하게 구르기도 하고, 이 말 저 말 옮기고, 살 갗이 벗겨질 만큼 타거나 길바닥에서 잠드는 일 도 생긴다. 그러면서 어딘지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고용주 가족에 서서히 적응해간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것은 마지막에 스텔라가 돌보는 마틴이 스텔라에게 한 한마디 말로 요약 할 수 있다.
사람은 현실을 직시해야 해요. 그게 유일한 방법이죠.
어느 도시 아가씨의 아주 우아한 시골 생활
- 저자
- #{for:author::2}, 어느 도시 아가씨의 아주 우아한 시골 생활#{/for:author} 지음
- 출판사
- 민음사 | 2014-01-28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넌 네가 잘났다고 생각하지? 내눈엔 그저 시골 사람으로 보이는걸...
우리 모두는, 늘 꿈꾸던 어떤 특별한 곳을 향해 삶이라는 여정을 항해한다. 만약 그 여정에서 이탈했다면, 또는 도달한 장소가 우리가 희망하던 곳이 아니라면, 우리는 어떤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상황을 바로잡아야만 한다. 인생에 있어서 전환이란 꼭 지금 내가 미지의 세계를 향해 돌진하는 것처럼 과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나중에 되짚어 본 후에야 그 모든 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잇을 정도로 아주 미묘하기도 하다. 여하튼 여기저기 쓸려 다니며 방황하거나 두려움 혹은 자존심 때문에 잘못된 길을 가게 되면, 시간이라는 비용이 든다. 우리 중 누구도 시간이 남아돌지는 않는다.
한 개인이 바뀐다는 것이 길고 느린 마모의 과정이라는 것을 이제 나는 안다. 정성을 들인 개화는 맨눈으로 보이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순간을 놓치면 시간이 흐를수록 진실을 말하기는 점점 더 어렵다. 한 번 거짓에 순응하면 다른 거짓으로 이어지고 십 분이 지난 뒤에는 거짓에 대한 혐오감도 천천히 소멸해 교묘히 거짓과 동거를 시작한다. 나는 이미 장애물을 인정하지 않고 피하는 법을 생각 중이었다.
모험의 첫 국면에서부터 상황이 나빠진 것이 실망스러웠지만 어떤 인간적인 상황에서도 불완전함은 용납 가능하며 필수불가결한 것임을 알았다. 내가 복잡한 상황을 떠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고 말한다면 당신은 아마도 나를 가소롭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꿈꿀 권리가 있으며, 복잡하게 살지 않는 것은 나의 꿈이었다. 물론 그것은 지속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 났지만 그런 꿈을 꿔 보았다는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꿈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는 분명했으나 이루지 못할 경우 얼마나 냉혹한 평가를 받는지 안다면 견디기 힘들어진다.
내 참혹한 상황은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품기 힘들 정도였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까지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 믿기 어려웠다. 시골에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있었기에 실망은 더욱 컸다. 욕실에 서 있는 나에게는 이미 남겨두고 떠나온 모든 것만큼이나 현재의 모든 것도 망가진 것처럼 보였다. 일상에서라면 세상에 대해 불만족스러울 때 도망치고 싶다는 욕망을 품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도피처에서까지 그렇다면 불만은 마음속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나는 과거에서 막 빠져나왔기 때문에 그 시간을 돌아볼 준비는 아직 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가슴이 벅차오르고 내 몸을 전율하게 만드는 슬픔이 몰려오는 걸 느꼈다. 마치 터지기 쉬운 거품 같았다.
습관이란 섬세한 저울 같아서 누가 어떤 것을 올려놓든지 간에 측정하는 것에 금세 익숙해진다.
이 행동에 숨겨진 연민에 부끄러워졌거나 내 몸이 움츠러들었기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보다 이 행동이 강조하는 나의 외로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것으로 일시적인 위안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결국 나의 불행은 나 자신의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처럼 때때로, 우리가 다른다는 것이 너무 선명하게 느껴진다. 친밀했던 순간은 순식간에 불타올랐다가 점점 희미해진다. 마치 기념사진들처럼 말이다.
익숙해진 일에 대해서는 성공인지 실패인지 평가하기 애매하다는 것이 변화를 어렵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나로 말하자면, 나는 도장 찍고 증명되는, 인접받는 삶을 거부했다. 나는 아직 열어 보지 않은, 확실성만 가득한 찬장속에 남아 있는 영원의 열쇠를 거부했다. 나는 내 의지로 살기를 원했다. 고독의 별 아래 누워 쓰레기들은 쓸어 내기를 원했다.
캐런 밀러와 나의 대화에는 진실한 뭔가가 없었다. 우리는 서로 소통하는 것 같지만 아무런 교감도 없었다. 낯선 사람들 사이에 으레 끼어드는 어색함이 아니었다. 통과할 수 없는 어떤 막이 우리 사이에 놓여 있는 것 같았다.
완벽하지 않다면 사랑하지 않는 거라고 말하는 건 좋지 않아요. 스테엘라. 그게 가족이에요. 가족은 닮아 가요. 그리고 그렇게 성장 하죠. 모두가 뒤틀리고 추해 보일지라도, 최소한 강해요.
무관심한 웅성거림으로 가득한 깊고 낯선 혼란이, 나 자신이 가치 없는 사람이란 걸 내게 확인해 주었다. 나는 내가 머물고 싶은 곳은 아무데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 생각을 좋아서 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 잔인한 생각이 들면서 나는 내가 속할 곳, 내 집, 내가 더 원하는 곳을 미치도록 찾아 헤맸다. 그러나 그런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나는 내가 떠나고 싶어 하는 과거와 내가 결코 방문해 본 적이 없는 낯선 미래 사이의 불편한 갈림길, 이 작고 부서져 가는 발코니에 서 있었다.
사람은 현실을 직시해야 해요. 그게 유일한 방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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