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쌉싸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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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재/review

연을 쫓는 아이 - 할레드 호세이니

파란건 2015. 4. 28. 00:03

몇 년 전에 연을 쫓는 아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를 휩쓸었던 때가 기억난다. 그 때는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가, 그 열기가 식을 때 쯤에 알라딘 중고 서점에 갔을 때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또 몇년이 지났다.


아무런 사전 정보가 없었지만, 왠지 제목만 봐도.. 책 표지만 봐도 책이 슬플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이 왜 오랫동안 베스트셀러로 있을 수 있는지 알 것 같았다. 내용이 어렵지 않아서 쉽게 읽히면서도, 구성이 탄탄하고 그리고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 주인공인 아미르의 인생은 아미르 개인의 선택을 통해 흘러가기도 하지만 거기에 아프카니스탄의 관습과 상황이 관통하고 있다. 





* 사진 아래에서 부터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책의 서두는 '2001년 12월'로 시작한다. 이러한 시작이 이 두꺼운 책을 읽는 내내 나에게 어떠한 안도감을 주었다. 아미르가 어떤 일을 겪고 어떤 상황이 있었던지간에 아미르에게 2001년이 있다는 것은 이 모든 일을 넘어서 살아남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초조함을 덜어낼 수 있었다. 


아미르는 남들 보다 정의로운 사람도 아니고, 더 용기가 있는 사람도 아니다. 소설의 중반부가 넘어설 때까지 아미르는 아미르가 하는 이 말처럼 살아간다. 


그 동안 살아오면서 나는 너무나 많은 친절과 행복을 누렸다. 과연 내가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누가 아미르를 비난할 수 있을 까.. 남들보다 더 착하지도 나쁘지도 않은 어린아이었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산이 너무 가여웠고 안타까웠다. 아미르의 주변에 항상 있었던 하산과 바바, 라힘 칸은 아미르에게 있어서 어떤 흔들리지 않는 가치를 보여주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아미르가 성장하고 나서 이렇게 받기만 했던 것들을 베풀 수 있게 된다.




소랍의 존재가, 그리고 무사히 살아났다는 것이, 그리고 아미르와 함께 살게 된 것이 소랍 자체에게도 커다란 행운일테지만.. 아미르에게도 속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한 일이다. 아미르가 한 평생 지니고 있었던 죄책감과 마음의 빚을 갚게 해 줌으로서 아미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또 책을 읽으면서 아프카니스탄의 문화에 대해서 조금 알게 되었는데, 항상 내전과 전쟁으로만 알던 곳이 그 예전에는 평화로웠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우리 모두가 아프카니스탄에 대해서 잘 들어보지 못했던 그런 때가 있었다는 것이..




과거에 대해, 과거를 묻어버릴 방법에 대해 떠들어대는 다른 사람들의 말은 엉터리이다. 아무리 묻어둬도 과거는 항상 기어나오게 마련이다.


네가 거짓말을 하면 그것은 진실을 알아야 할 다른 사람의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 네가 속임수를 쓰면 그것은 공정함에 대한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


자식이란 스케치북이 아니네. 자네가 좋아하는 색깔로 스케치북을 채울 수는 없어.


바로 그때서야 나는 내가 불러일으킨 고통의 깊이를, 모든 사람에게 가져다준 슬픔의 강도를 깨달았다.


그러나 내가 소라야의 과거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나 역시 과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 역시 후회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 동안 살아오면서 나는 너무나 많은 친절과 행복을 누렸다. 과연 내가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너는 잘못을 저질렀다. 그러나 그 일이 일어났을 때 너도 어렸다는 것을 잊지 마라. 불안한 어린아이였다. 그때 너는 너 자신에게 너무 가혹했고 지금도 그렇다. 그러나 네가 이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양심이나 선이 없는 사람은 고통스러워하지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