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쌉싸름

일곱 박공의 집 - 너새니얼 호손 본문

나의 서재/review

일곱 박공의 집 - 너새니얼 호손

파란건 2015. 2. 26. 00:34

몇 년 전에 친구가 선물해 준 너새니얼 호손의 일곱 박공의 집을 다 읽었다. 내가 갖고 싶다고 해서 생일 선물로 사준 것인데, 내용도 모르고 작가도 모르고 그저 표지만 보고 고른 것이다. 제목부터 표지 그림까지 어쩐지 미스테리나 추리소설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런데 이런 느낌과는 다르게, 책의 시작을 이 소설은 로맨스와 관련 된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래서 사실 기대하고 읽었다. 어쩌면 제인에어나 오만과 편견과 같은 로맨스가 나오는 것 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충만했다. 그렇지만 사실 로맨스가 있긴 했지만, 그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두께에 비해 금방 읽고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도 비교적 분명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찾아보니, 이 책을 쓴 작가가 주홍글씨의 작가라고 한다. 아직 주홍글씨도 사두기만 하고 읽지는 못했는데 (내용은 다 알지만..) 어서 읽어보고 싶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책의 서두에서는 내가 표지에서 짐작했던 것 처럼 약간 미스테리 한 과거의 일에 대해 나와있다. 수상쩍은 방법을 써서 일곱 박공의 집 터를 원소유주에게서 빼앗은 핀천가문의 시조는 집이 완공 되고 나서 얼마 안있어 기괴한 방법으로 죽게 된다. 그 이후로 탄탄대로 일 것만 같았던 핀천 가문은 기울기 시작하고 햅지바라는 인물(핀천 가문 소유의 집인 일곱 박공의 집의 소유자로 노처녀)까지 내려 와서는 집 한쪽 구석에 잡화점을 열어야 될 만큼 가세가 기울게 된다. 책에 나오는 인물들도 그리 많지 않다. 햅지바, 햅지바의 오라버니, 햅지바의 사촌 오빠, 햅지바의 조카 피비, 햅지바네 집에 사는 은판사진사 등등.. (표지에 나오는 인물을 햅지바와 햅지바의 오라버니로 추정 된다.) 




전반적으로 교훈적인 내용으로 되어 있고 약간 환타지가 가미되어 있다. 예를 들면, 부당하게 얻은 집안에서 후손들이 대대로 불행한 삶을 산다거나,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고 기이한 죽음을 맞게 된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그러면서도 작가가 처음 책 첫머리에서 말했던 것처럼 로맨스가 피어나고 그 로맨스로 인해서 어느 정도 희망을 볼 수 있다. 


소설의 진행도 약간 특이한데, 화자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면서도 가끔 (클라이막스 부분)에서는 등장인물을 다그치기도 하고 호소하기도 하고 화자 자체의 감정이 격해지는 것이 드러나서 흡입력 있게 빠른 시간안에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하나 재미있었던 부분은 이야기의 초반 부분과 후반 부분에서 일정 부분이 반복 된다는 것이다. 햅지바가 처음 잡화점을 열었을 때 동네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한마디씩 하는데, 나중에 잠깐 닫았을 때 똑같은 사람들이 똑같은 말들을 한마디씩 더 하는 부분이 있었다. 









일곱 박공의 집

저자
너새니얼 호손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2-03-23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유럽의 지붕을 벗어나 미국 문학 고유의 목소리를 끌어낸 작가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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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류의 영웅적인 운명들을 모두 잘 들여다보면 기쁨이든 슬픔이든, 고귀한 것이라면 그 어떤 것이든 마찬가지로 천하고 시시한 것들과 얽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삶이란 대리석과 진흙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우리를 넘어서는 포괄적인 공감에 대한 깊은 믿음이 없다면, 운명의 냉혹한 얼굴에 서리는 누그러지지 않는 찌푸린 인상과 모욕적인 비웃음만을 알아차리게 될 수도 있다. 시적 통찰력이라 일컬어지는 것은 이것저것이 뒤죽박죽이 섞인 이러한 영역에서, 지저분한 옷을 입을 수밖에 없는 아름다움과 위엄을 선별해내는 재능인 것이다.

 

곤궁과 비탄에 빠져 있거나 어떤 식으로든 세상과 불화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계속 모진 대우를 받아도 참을 수 있고 아마 그로 인해 더 강인해질 수도 있지만, 자신들이 느끼기에 아무리 간단한 종류라도 누군가가 진정한 공감을 보이면 바로 무너지고 만다.

 

실제로 맞붙어 싸우려고만 하면 모든 것이 그 실체가 없어지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만큼 인생에서 독특한 것은 또 없더라고요.

 

인간의 목소리란 얼마나 놀라운 악기인가! 인간 영혼의 감정에 얼마나 놀랍도록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마치 말들이 자체로는 너무나 평범하지만 그녀의 따뜻한 마음속에 담겨졌던 것처럼 그 순간 헵지바의 말투에는 어떤 풍부한 깊이와 촉촉함이 있었다.

 

그녀는 인간의 특성에서 기이하고 예외적인 것에 특히 끌리는 그런 종류의 사람은 아니었다. 그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길은 많이 다녀 닳고 닳은 평범한 삶의 길이었다. 그녀가 가장 어울리기 좋아하는 사람은 어느 길모퉁이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얼마나 현명한 일인지! 슬픔을 흉내 내며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세상은 진정으로 너무나 슬프지 않은가?

 

어떤 사람은 정말 짧은 시간 만에도 누군가에게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진다는 게 정말 불가사의해.

 

그렇게 지나가는 한순간의 슬픔은 스스로 독특한 개성과 클라이맥스의 특성을 취하지만, 얼마 있으면 그것을 모두 잃고 점점 흐려져 수년 전의 근심스러운 일이나 기쁜 일들과 마찬가지로 어두운 잿빛 직물 속으로 사라지는 법이다. 어떤 일이 이상해 보이거나 놀라워 보인은 것은 상대적으로 한순간일 뿐이다. 감미롭기도 하고 쓰디쓰기도 한 진실이 아닌가!

 

그가 겪은 것과 같은 그런 부당한 일을 당한 후 그에 대해 보상할 길은 없다. 세상이 아주 기꺼이 주려고 하는 보잘것없는 가짜 보상, 고통이 이미 사람을 망가뜨릴 대로 망가뜨리고도 한참이나 지난 후에야 이루어지는 가짜 보상은 너무나 쓰디쓴 웃음만을 자아내기에 딱 맞겠지만, 가련한 클리퍼드는 그것마저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인간 세상에서 정말 잘못된 일은, 내가 행한 것이든 당한 것이든 진정으로 바로잡히지 못한다는 것이 진실이다. 그리고 그것이 더 고귀한 희망을 암시하지 않는다면 또한 아주 슬픈 진실이 되기도 할 것이다. 시간과, 끊임없이 변천하는 상황과, 항상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죽음이 그것을 불가능하게 한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정당함을 찾을 수 있게 되었을지라도 그것을 끼워 넣을 마땅한 구석을 찾을 수 없게 된다. 그보다 나은 치유는 고통을 당한 사람이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이라고 여겼던 그것을 뒤로 한 채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