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쌉싸름

아웃 오브 아프리카 - 카렌 블락센 본문

나의 서재/review

아웃 오브 아프리카 - 카렌 블락센

파란건 2015. 2. 21. 13:26

대학생때는 아프리카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 이름만으로도 가보고 싶은 설렘이 생기는 곳이었다. 그렇지만, 인도에 한달의 배낭여행을 다녀온 후 (나는 인도 여행에 매우 만족했던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타지와 현실은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고.. 아프리카 여행에 대한 위험성이 인터넷에 많이 떠돌게 되면서 살면서 언젠가 가보리라 하는 마음을 접게 되었다. 아웃오브 아프리카는 직접 가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마음을 조금 달래줄 수 있는 책이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영화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나도 본적은 없지만 영화 제목은 알고 있었다. 덴마크인인 주인공 카렌은 아프리카로 가서 커피 농장을 운영하게 된다. 사실 책에서는 이런 배경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없다. 책에서는 오직 아프리카 위주로 전개 된다. 아프리카의 생활과 그 생활에서 있었던 특별한 에피소드들, 그리고 함께 지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 되어있다. 


아프리카 풍경에 대한 묘사도 많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는데 한 달 정도 소요 되었다. 큰 줄거리가 있는게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문화에 대한 묘사가 주를 이루어서.. 하지만 절대 이 곳이 모든 것을 초월한 환상적인 나라라는 마음을 심어주진 않는다. 담담하면서도 애정을 담아서 기술 하고 있어서, 허황된 꿈을 불어 넣어 주지는 않는다. 그러면서도 아프리카는 참 매력적인 나라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영화는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가 큰 비중을 차지 하지만, 책에는 그런 로맨스는 나오지 않는다. 실제 연인이었던 데니스가 몇 번 등장 하기는 하지만, 그건 책을 다 읽고 이와 관련 된 내용을 찾아보면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정말 제목처럼 철저하게 아프리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아프리카 사람들과 문화에 대한 비난도 비판도, 그 어떤 판단도 하지 않고 존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

저자
카렌 블릭센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09-11-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원작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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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고원 지대의 새벽 공기 속에 있으면 그 차가움과 신선함이 손에 만져질 듯 생생하여 때때로 땅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검고 깊은 물속에서, 바다 밑바닥에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한다. 심지어 자신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조차 확신할 수 없어서, 얼굴에 밀려드는 냉기는 심해의 해류인지도 모르고 우리의 차는 굼뜬 전기 물고기처럼 바다 밑바닥에 가만히 앉아 램프처럼 빛나는 눈으로 앞을 응시하며 해저 동물을 지나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든다.

 

죽을 수 있는 자, 자유로이 산다.

 

가시나무들이 서 있는 초원은 어느새 캄캄해졌지만 공기는 청명했고 우리 머리 위 서쪽 하늘에 밤이 깊어갈수록 점점 더 커지고 밝아질 별 하나가 황수정 속의 은빛 점처럼 막 떠올랐다. 폐에 닿는 공기는 차가웠고 긴 풀은 이슬을 떨어트렸으며 풀잎에서 강하고 자극적인 향이 풍겼다.

 

나의 삶이여, 나를 축복해 주기 전에는 그대를 보내 주지 않으리. 그러나 나를 축복해 준 후에는 그대를 보내 주리.

 

그리하여 지금 궤짝 너머로 작고 고귀한 머리를 내밀고 몸바사의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놀라 두리번거리는 너희가 아프리카에 대해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함부르크에서 또다시 외로이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일이 없기를.

 

이제 모든 것이 내 소유가 아닌데도 그 엄연한 진실은 그걸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외면당했고 하루하루의 일상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순간에 충실한 삶을 산 것이라고도, 현실적인 사건의 영향을 받지 않는 영원 속에 있었던 것이라고도 할 수 있으리라.

 

그는 이제 지상의 의무를 다하고 죽음을 맞게 되었으며 모든 면에서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 그에게 맑은 정신이 남아 있어 인생을 돌이켜 본다면 자신이 삶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했던 적이 거의 없었음을 깨닫게 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