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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
p세대 - 빅토르 펠레빈 본문
이 책을 사던 때가 어렴풋이 기억난다. 몇 년전홍대나 합정 쪽이었던 것 같은데.. 친구와 함께 걸어다니다가 충동구매했다. 그래서 전혀 사전지식이 없었고.. 문학동네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은 처음 사는 거라서 굉장히 신중하게 고민했지만, 결과적으로 책꽂이 어딘가에서 몇년간 눈에 띄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요즘 나름대로 책을 많이 읽고, 사면서 예전에 묵혀 놓았던 책들을 하나씩 읽다가 생각나서 읽게 되었다. 그렇지만 잘 읽혀지지가 않아서 어렵게 읽었고 내용이 어려워서 나도 모르게 생각을 많이 했는지 꿈에 까지 나왔다.
배경은 소련이 러시아로 변한 그 시점. 갓 사회로 나오는 젊은이가 주인공이다. 나도 그대로이고, 내 옆집사람도 내 친구도 거리도 집도 같은데 갑자기 나라 이름이 바뀌고 우리가 믿어왔던걸 뒤집어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런 혼란스러움을 보여주는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솔직히 어려웠다. 눈으로 글을 읽기는 하는데, 읽었으니까 책장을 넘기기도 하지만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렵다가 갑자기 잘 읽히다가 이런 식이라 읽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표지가 참 특이하다. 소설이 포스트 모더니즘적이라고 하는데, 그런 느낌을 살리려고 이런 표지를 쓴 것 같다.
시간이 흘러도 벼하지 않는 가치라고 믿던 것들이 갑자기 변할 때, 그런데 그게 나의 삶과 전혀 무관한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경우가 있다. 주인공 바빌론은 원래 시인이었지만, 이제 시대는 시인이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카피라이터가 된다. 믿고 있던 가치가 변하면서 바빌론은 승승장구 하는 듯 하면서도 적응을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구두 위에 먼지가 두껍게 쌓인 것을 보니 새로운 시대가 필요로 하지 않았음이 분명했다. 타타르스키는 자신 역시 새로운 시대가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러한 인식에 익숙해졌고, 심지어는 그 안에서 쓰디쓴 달콤한 같은 것을 찾아내기까지 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삶은 더 단순하고 어리석으니까.
다만 의심스러운 건 잠자리에 들 때마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죽는다는 거야. 태양은 영원히 떠나가고 모든 역사는 끝나지. 그리고 비존재가 스스로에게 싫증이 나면, 우리는 잠에서 깨는 거야. 그러면 세상은 다시 생겨나는 거고
지혜가 많으면 슬픔도 많고 지식이 늘면 비탄도 는다.
10년쯤 전에는 해외에 사는 먼 친척이 가져다준 새로운 조깅화 한 켤레가 삶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전환점이 되어주었다. 신발 밑창 무늬는 손금과 유사해서 그것을 가지고 다가올 1년의 미래를 점치곤 했다. 그 신발을 구입함으로써 얻는 행복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지금 그 정도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최소한 지프 아니면 집 정도는 사야 했다.
현대인의 상황은 그저 비참한 것이 아니라,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이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바라보는 것을 평가하면서 익숙한 자극을 만나지 못하면 심각한 우울을 경험한다.
그 생각이 실체를 띠고 막 머리속에 나타났다고 깨닫는 순간 뭔가 날카로운 것으로 자신을 꼬집거나 찌르거나 하는 거야. 손을 찌르건 발을 찌르건 그건 중요하지 않아. 말초신경이 더 예민한 곳이면 충분해. 그러면 차츰 그 생각 주변으로 굳은 살 같은게 생겨나고, 그러면 너는 별문제 없이 옆으로 피해 갈 수 있을 거야. 즉 그것이 있다는 것은 느끼지만, 결코 생각은 안 하게 되는거지. 그리고 점점 더 익숙해질거야.
이런일이 종종있다. 여름날 아침 거리로 나섰을 때 눈 앞에서 비밀스러운 약속과 하늘에 녹아든 행복이 충만한, 거대하고 아름답고 어딘가로 바삐 움직이는 세상과 마주치게 되면 문득 날카롭게 가슴을 찌르는 느낌이 반짝하고 스쳐간다.
그 생각이 실체를 띠고 막 머리속에 나타났다고 깨닫는 순간 뭔가 날카로운 것으로 자신을 꼬집거나 찌르거나 하는 거야. 손을 찌르건 발을 찌르건 그건 중요하지 않아. 말초신경이 더 예민한 곳이면 충분해. 그러면 차츰 그 생각 주변으로 굳은 살 같은게 생겨나고, 그러면 너는 별문제 없이 옆으로 피해 갈 수 있을 거야. 즉 그것이 있다는 것은 느끼지만, 결코 생각은 안 하게 되는거지. 그리고 점점 더 익숙해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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