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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d of .../좋아하는 시 한편..

오래된 서적 - 기형도

루밤 2016. 1. 31. 00:07





내가 살아온 것은 거의

기적적이었다

오랫동안 나는 곰팡이 피어

나는 어둡고 축축한 세계에서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질서 

 

속에서, 텅 빈 희망 속에서

어찌 스스로의 일생을 예언할 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들은 분주히

몇몇 안 되는 내용들을 가지고 서로의 기능을

넘겨보며 서표書標를 꽂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너무 쉽게 살았다고 

말한다, 좀더 두꺼운 추억이 필요하다는 

 

사실, 완전을 위해서라면 두께가

문제겠는가? 나는 여러 번 장소를 옮기며 살았지만

죽음은 생각도 못했다, 나의 경력은

출생뿐이었으므로, 왜냐하면

두려움이 나의 속성이며

미래가 나의 과거이므로

나는 존재하는 것, 그러므로 

용기란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가, 보라 

 

나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모두

나를 떠나갔다, 나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나를

펼쳐볼 것인가, 하지만 그 경우

그들은 거짓을 논할 자격이 없다

거짓과 참됨은 모두 하나의 목적을

꿈꾸어야 한다, 단

한 줄일 수도 있다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1985, 『소설문학』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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