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쌉싸름

차를 맛보는 여인 - David Salsburg 본문

Development/엔드노트(Endnote)

차를 맛보는 여인 - David Salsburg

루밤 2019. 6. 24. 22:38

이 책은 각 챕터에서 주인공처럼 등장하는 인물과 주제가 조금씩 달라지지만 그 내용들이 조금씩 연결되어 있는 구조로 되어있다. 한 챕터가 그리 길지 않아서 통계라는 어려울 수도 있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덜 부담스럽게 읽을 수 있다.

 

 

 

내가 책에서 특히 마음에 남는 챕터들이 몇 개 있다.  

 

26장은 울혈성심부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저자는 먼저 특정질환에 대한 연구가 왜 필요한지 여러 측면에서 설명하고, 그 연구를 진행할 때 만나게 되는 변수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것들을 고려해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풀어나가서, 잘 쓰여진 한 편의 연구계획서를 읽는 느낌을 받았다. 논리적인 글쓰기를 하고 싶다면 참고하기 좋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이번 학기에 연구계획서와 proposal을 쓸 때 참고했다.)

 

27장은 암 연구를 할 때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 다룬다. 임상연구를 할 때 생기는 문제들을 여러 통계학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나가는지 보여주고 ITT(intent to treat)가 생겨난 배경이 나온다. (임상연구를 읽다보면 ITT라는 말이 종종 등장하는데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18장에서는 인과관계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는 임상 연구나 실험실 연구를 하고 결과를 해석할 때 연구자가 주의 해야한다. 특히 논의를 풀어나갈 때 숙고해야하는데 간과하기가 쉽다.  

 

 

 

 

(이런 내용들과는 별개로 색인을 넣으면서 느꼈는데, 이 책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사람은 피셔이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여러번 읽다보면 피셔에게 마음이 간다. )

 

 

 

(역자 서문)

통계란 무엇일까?

논문을 읽다 보면(만약 그 논문이 양적 연구 논문이라면) 연구 방법을 기술한 부분 맨 마지막쯤에 ‘이 논문에서는 어떤 통계를 사용했고 유의수준의 기준은 어떻고…….’라고 쓰인 것을 볼 수 있다. 통계학을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대학원에서 처음 접했던 통계는 이렇게 논문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복잡한 공식이었고 논문의 결과를 제시하기 위해 컴퓨터를 이용해 통계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처음 연구방법론에서 통계를 접했을 때는 선배들이 해 놓은 방법을 답습하면서 큰 고민이나 의심이 없었다. 하지만 실험연구를 하면 할수록 통계가 무엇이길래, 또 유의수준과 P-value가 무엇이길래 P-value가 0.047이 나오면 연구자가 기뻐하고 0.052가 나오면 실험이 실패했다고 느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통계 공식이 가득한 책을 펼쳐보고 통계를 연구에 적용하는 특강을 찾아서 들어 보아도 이런 의문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을 소개받았다.

이 책은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신진 연구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특히 인간의 존재, 삶, 생활과 관련된 학문 분야에 있다면 더욱 유용할 것이다. 저자는 통계학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는 사람도 통계 방법론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들이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준다. 그리고 한 시대를 휩쓸었던 개념이 어떻게 반박되고 새로운 개념들이 떠오르는지를 역사적인 상황과 학자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보여준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이름들은 이미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양적 연구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이름들이다. 이 대단한 학자들의 빛나는 학문의 영광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이면의 인간적인 고뇌를 살펴볼 기회는 많지 않다. 그래서 통계학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학문 분야에서도 연구자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 추천할 만한 책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항상 통계를 접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TV 뉴스와 기사에 통계적인 수치들이 나온다. 통계 수치를 제시하면 어쩐지 그 내용이 더 신뢰가 가는 것 같지만 사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은 그런 통계라고 제시하는 숫자들의 이면에 있는 의미를 개괄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분들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옮긴이 강 푸 름